우연히 방망이를 깎는 노인을 보게 된 나는 그에게 방망이 한 벌을 깎아 달라고 주문했다.무뚝뚝한 노인은 쫌 깎아 달라는 나의 말에 "방망이 하나 가지고 에누리 하우? 비싸면 다른데 가서 사우." 라고 했다. 내가 보기엔 다 된 것 같은데 노인은 자꾸만 더 깎고 있어 타야 할 전차를 놓칠것만 같아 그만하면 됐다고 이제 주라고 하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쌩살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 "노인장, 사는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오?" 하니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우. 난 알팔겠소." 한다.
<운오영의 수필 '방망이를 깎던 노인'>
이 노인은 어떤 사람인가?
A. 친절한 상인
B. 고집있는 거만한 장인
그렇다면 A가 만든 방망이를 갖고 싶은가? 아니면 B가 만든 방망이가 갖고 싶은가?
B가 만든 방망이를 갖고 싶게 하는게 바로 Unkind, 불친절 마케팅이다.
우리에게 가까운 불친절 마케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욕쟁이 할머니는 우리에게 밥을 주면서 반찬으로는 욕을 주지만 우리는 그것에서 정을 느끼며 좋아한다. 또 가격이 못된 고가의 명품을 갖고 싶어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더 큰 만족감과 우월감을 얻는다.
나는 자기계발을 위해 외국어학원을 알아봤을 때, 문의 후 "저희 학원을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G어학원-"라고 문자를 보내고 그 뒤에도 며칠 간격으로 계속 문자를 보낸 곳은 고맙기는 커녕 오히려 거부감과 불쾌감이 들어 다니지 않았다. 내가 결국 다닌 곳은 전화를 하자 바쁘다고 연락처를 남겨주면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전화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연락이 오지 않았던 J어학원이었다. 물론 너무 불쾌했으나 '그 만큼 잘가르쳐 학원생들이 많으니 배짱을 부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우리는 친절이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필수조건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불친절이란 시장(Market)에서 통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불친절함이 가미되어야만 비로소 상품과 서비스가 완성되는 경우도 있다.
이미지출처:http://w.hankyung.com/board/view.php?id=_column_153_1&no=237
버진항공사 광고인데, 헤드라인이 눈에 띈다.
We're glad you hate flying?
비행기 타는 것을 싫어하는 고객이 반갑다?
비행기 타는 사람이 고객인 항공사에서 이 헤드라인은 대체 뭘 의미할까?
이어 본문 카피에서 버진은 시크하게 한번 더 말한다.
"비행기 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우리와는 별 상관 없어요'라고.
버진의 이러한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기위해 버진의 다른 광고를 하나 보자.
무엇을 말하는 걸까?
바로 계란이 깨지지 않을 정도로 안전운행을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하는 여행에 전혀 불편함을 못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들도 별로 상관하지 않겠다는 버진의 못말리는 자신감은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불친절마케팅으로 제대로 성공한 기업이 여기 있다.
바로 전문가를 타켓으로 한다는 이름의 일본의 PC부품기업인 현인지향(玄人志向).
전문가 지향의 IT 고객성향 파악
일본의 PC부품기업 구로토시코(玄人志向)는 사용설명서도 없을 뿐더러 A/S조차도 없다.
게다가 '초심자(初心者) 사절'이란 다소 황당하고 건방진 문구가 포장지에 떡하니 박혀있는데 이 문구는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없고 불친절함에도 불구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구로토시코의 마케팅 전략을 한번에 설명해준다. 그것은 바로 목표로 하고 있는 고객층이 확실하다는 것.
구로토시코는 제품을 구매하여도 제품설명서 따위는 필요하지 않는, 또 설명서나 타인의 도움을 사절하는 파워유저들의 성향을 잘 잡아내어 고객으로 정하였다.
일반적으로 IT분야의 파워유저들은 설명서를 본다는 것에 자존심을 상해하는데 구로토시코는 이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파워유저들은 설명서가 없는 제품을 이용하는 자신들에게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며 "나 PC에 관심 좀 있어"라고 말하려면 구로토시코의 제품을 사용해야 했다. 이것은 또한 전문가를 선망하는 초/중급자의 구매 욕구를 상승시켰다.
고객들의 궁금증을 자극, 고객의 자발적 참여 유도
제품 출시 당시 설명서가 없는 구로토시코의 제품 유저들은 항의가 아니라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 시작하였으며 기업이 한 일은 이 때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준 것이 전부였다. 사용이 미숙한 유저들이 커뮤니티에 궁금한 것을 올리면 다른 능숙한 유저들이 답을 해줘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유저들은 부품에 대한 지식 공유로 수준이 향상되고 이들은 다시 파워유저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구로토시코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불친절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불친절함이 아니다.
메인요리인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준 뒤에 불친절함이라는 디저트를 내주어야 하는 것이다.
바로 구로토시코가 제품전문가가 되려는 고객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한 것처럼.
결국, 구로토시코의 불친절은 고객의 만족을 가져왔으므로 Kind, 친절한 마케팅인 것이다.
기업은 서비스는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고객의 불만은 많아지는 서비스 패러독스를 구로토시코를 벤치마킹하여 이겨내야할 것이다.
Frances X. Frei는 Breaking the trade-off between efficiency and service에서 서비스는 고객과의 관계이므로 고객의 변동가능성(Variability)를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산업의 변동성을 다섯가지로 나누었는데,
고객이 서비스를 원하는 시간이 변동될 수 있고(Arrival), 고객이 원하는 것이 변동될 수도 있고(Request), 일부 고객은 과업을 직접 수행하고 다른 고객은 직접 챙겨줄 것을 원할 수도 있으며(Capability), 서비스 이용을 위한 고객의 노력의 정도가 다르고(Effort), 서비스가 좋은지 않좋은지 판단하는 관점도 다르다(Subjective Preference)고 하였다.
그는 어떤 유형의 고객의 변동성이 기업운영에 곤란함을 가장 많이 가져오는지를 파악했다면 4가지 전략 중 추구할 것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이해가 쉽도록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면 기업에게 가장 곤란한 것이 고객의 능력 변동성(Capability variabiliity)이라면 4가지 전략은 아래와 같다.
구로토시코가 선택한 전략이 바로 Uncompromised reduction라고 할 수 있겠다. 고객의 능력의 변동성에 타협하지않고 전문가 지향의 브랜드를 만들어 낸 구로토시코는 서비스에 적과 같은 불친절로서 서비스패러독스를 해결시킨 것이다.
오늘은 다르고 내일은 변하므로 변동성을 다룰 줄 아는 기업만이 생존한다.
바로 이 구로토시코처럼.
'Marketing tre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플마케팅으로!~ Fun한 커플~Fun한 마케팅~ (1) | 2010.03.26 |
---|---|
컬러마케팅 !소비자를 잡아라! (0) | 2010.03.14 |
타임마케팅 - 지금 이 순간이 기회다 (1) | 2010.03.09 |
'하이터치'형 고객 대화 채널 - 기업 커뮤니케이션 트랜드의 변화 (2) | 2010.03.08 |
위젯마케팅-안녕하세요 지금은 위젯시대입니다 (0) | 2010.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