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만나다
커피는 바야흐로 오늘날 가장 많이 소비되는 차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주변을 돌아봐도 한 눈에 들어오는 커피숍들이 즐비하고,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눈 앞에 보이는 길 모퉁이만 돌아도 분명히 찾을 수 있습니다. 커피보다 다른 차를 마시던 동양 문화권도 이제 예외는 아닙니다. 본래 마시던 차는 이젠 茶道(다도) 로서 유니크한 행위로서 보이기도 합니다. 비록 요즘엔 웰빙이라는 트레드로 인하여 커피 보다는 건강에 좋은 녹차나 허브티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중성에서는 커피보다 못한게 사실입니다. 예로 누구를 만날 때 주로 하는 말이 "커피나 한잔 마시자" 라고 하거나, 길 위에서도 수 많은 커피를 든 사람들이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이 이러한데 하물며 유럽에서는 어떨까요. 진한 에스프레소에 설탕 듬뿍 넣은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이탈리아는 말할 것도 없고, 런던과 제가 가본 서유럽의 대도시들은 아침의 시작을 커피로 시작합니다. 아침 일찍부터 커피숍에 주문하는 줄에 사람들이 많고,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도 커피를 즐기기 때문에 자주 커피숍에 들려서 마시곤 합니다. 주로 앉아서 마시기 보다는 take away 해서 학교에서 수업 중에 마시거나 도서관에서 마시는 편입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 곳 런던에도 개인 커피숍부터해서 브랜치 커피숍 브랜드들이 즐비합니다. 어딜가나 마찬가지듯 세계 최대의 커피 브랜치 브랜드인 스타벅스가 많이 보입니다. 커피의 맛이 얼마나 보통 사람의 선호에 영향을 미치겠냐만은 스타벅스의 표준화되고 이미 경험해서 익숙한 것 때문인지 선호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스타벅스보다 선호하게 된 곳이 'Cafe Nero' 입니다. 이탈리아 정통 커피를 내세우며 스타벅스 보다도 체인점이 많은 런던에서 제일 큰 커피 브랜치 브랜드입니다. 스타벅스보다 더 적은 메뉴를 제공하고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커피 메뉴들과 핫초콜릿 밀라노등 이탈리안 정통 커피를 내세우듯이 기본에 충실합니다. 더군다나 스타벅스처럼 small size 를 숨겨놓지 않고, 여느 한국 커피숍처럼 종이쿠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만나다
런던에서는 박물관과 갤러리가 참으로 많습니다. 런던에 있는 곳들만 다 방문해서 제대로 보려면 아마 몇주는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국시대 시절부터 식민지로부터 약탈해온 귀중한 그들의 유산들은 세계 3대 박물관 중의 하나인 영국 박물관에 가면 절정을 이룹니다. 영국 박물관에 가면 다양한 나라의 유산들에 감탄하기보다 영국이 정말 나쁜 짓을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입니다.
반면에 갤러리들은 런던의 정수입니다. 약탈하거나 훔쳐오지도 않았으며, 런던스러움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런던스럽다함은 모던함입니다. 공공 디자인들을 비롯하여 수 많은 갤러리들과 아트인지 상품을 팔려고 하는 건지 혼란스럽게 하는 숍들의 윈도우들과 상품 배열 등 런던 곳곳에서 런던의 모던함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굳이 갤러리를 가지 않아도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런던입니다.
테이트 모던은 이름 그대로 런던 모던함의 성지이고 중심입니다. 폐기되어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던 런던의 골치거리인 화력발전소이 리모델링되어 세계 최고의 현대 갤러리로 변모한 것이 현재의 테이트모던입니다.. 런던의 여느 갤러리나 박물관들과 마찬가지로 특별 전시를 제외하고는 무료로 개방되어 있습니다. 피카소, 고갱, 앤디 워홀 등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이라던지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하기나 하는 그야말로 현대미술의 메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매년 500여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다녀가며 더 많은 관람객을 수용하기 위해 근처에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맞이하여 신축 미술관을 개관한다고 합니다.
커피와 예술이 만나다
런던에서 커피와 예술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언듯보면 관계가 썩 있어보이지는 않습니다. 카페에 거장들의 작품이 걸려있을가요, 아니면 미술관에 괜찮은 카페가 있을까요. 그럴수도 있을겁니다. 그렇다면 테이트모던과 Cafe Nero 의 만남은 어떨가요.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카페네로에서 커피 한잔을 take away 하러 갔더니, 컵의 디자인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테이트모던에서 하고 있는 고갱의 특별전에 관한 내용으로 네로 테이크어웨이 컵이 디자인 되어 있었습니다. 현대미술의 본거지인 테이트모던의 고갱 특별전과 카페 브랜치 브랜드의 만남. 단순하게 뜯어보자면 단순 광고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광고가 천박해 보이지 않을 뿐더러 더욱 카페 네로의 가치와 미적 요소, 분위기를 더욱 높여줍니다. '예술과 커피는 다르지 않다' 라고 디자인된 네로의 테이크어웨이 컵은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갱과 테이트모던을 통해 단순히 컵 만으로도 네로의 품격이 높아졌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테이트모던 측면에서는 어떠할까요. 테이트모던도 관람객을 끌어들여야 함으로 카페 네로의 컵에 고갱의 작품전을 알리는 것은 효과적일 것입니다. 매일같이 손에 들려있는 커피잔에 그 내용이 들어가 있으니 말입니다. 특히나 카페 네로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커피 브랜치 브랜드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커피와 예술은 런던 사람들에게는 일상입니다.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처럼 어떤 작품을 보러가는데 있어서 한번 마음을 먹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삶에 깊이 들어차 있는 것이고 지나가다 들리는 그런 것입니다. 축적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유산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카페 네로의 컵도 어색하게 보이지가 않습니다. 원래 그러했던 것 처럼이나 자연스럽고 조화스럽습니다.
협력과 조화, 일상의 'Collaboration'
현 재 비지니스 생태계에서 대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콜라보레이션입니다. 과거의 비지니스 생태계에서는 자기 분야가 아닌 자신 분야와는 마치 다른 행성이나 그 생물체처럼 다른 것으로 여겨지고 관심 밖이었습니다. 허나, 더욱 복잡해진 비지니스 생태계 속에서 변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변종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사실 톱니바퀴처럼 엉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들어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하여 더이상 한 분야는 그 분야에만 따로 떨어져 속하는 것이 아니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분야와의 교집합을 찾아내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된다는 것이 기업을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런던의 일상에서 찾아낸 카페 네로와 테이트모던의 예는 이런 collabortation 이 거창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큰 조직간의 만남으로 인해 이루어지고 있는 작업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상' 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내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일상 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낼 수 있는 것들은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많을 듯 싶습니다. 그리고 보다 작은 단위, 즉 우리가 생활하는 단위인 생활 생태계 내에서 생존하는 영세업자들 사이에서도 지역과 연계되고 일상이라는 키워드로 교집합을 찾아내 서로 협력하여 윈윈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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