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치킨이 '통 크게' 대한민국을 뒤흔들다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에 '통큰 치킨'이 올라왔을 때만 해도 필자는 치킨이 얼마나 맛있으면 1위인지, 어디서 판매하는 지 알아보고 꼭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검색어를 클릭했었다. 그런데 '통큰 치킨'은 정말 통이 크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가격, 즉 한 마리에 5,000원의 가격이었고 판매를 시작한 지 30분 만에 모두 판매되고 말았다. 시중에서 12,000~18,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치킨에 비해서 터무니없을 정도로 싼 가격이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을 환영했다. 반면 치킨 업체들은 엄청난 가격 경쟁력을 가진 '통큰 치킨' 판매를 중지할 것을 크게 반대하고 나섰다.
여러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는 '억울하다', '절대 폭리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치킨 원가를 공개하고 나섰지만 아직도 소비자들의 불신은 사라지지 않았고 도리어 그 공개한 자료를 가지고 반박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자 치킨 업체들은 왜 수많은 산업 가운데 왜 치킨 업종만 기업 비밀을 밝혀야 하느냐며 다른 산업들도 원가와 마진을 공개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반문하고 있다.
실제로 '통큰 치킨' 논란으로 인해 보다 많은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이 모든 상품의 원가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치킨뿐만이 아니라 삼겹살, 자장면 그리고 커피 등 원가가 속속들이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사회 현상 자체가 일시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확실시되어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예측해볼 수 있는 트렌드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이미 2009년부터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시행되어져 온 생필품 가격 정보 공개사이트 T-price(http://price.tgate.or.kr/index.jsp)등이 더욱 더 활성화 되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많은 누리꾼들이 원가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블로그나 카페들을 운영하여 예전에 비해 훨씬 원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같은 여러 IT기기들이 출시되고 있는 만큼 이에 맞는 어플리케이션들을 통해서도 소비자로 하여금 원가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을 때 시간, 장소에 제약 없이 바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것이다. 예를 들면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도 상품의 바코드나 QR코드를 단지 핸드폰으로 인식시키는 것만으로도 원가 정보를 낱낱이 알게 되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착한 기업'이라하면 기업의 본질적인 존재 이유이자 목표인 기업 이윤의 추구뿐만이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기업을 말한다. 탐스슈즈에서 신발 한 켤레를 사면 그 한 켤레가 가난과 질병에 고통 받고 있는 제3세계의 어린이들에게 기부되는 형식의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소비자들이 착한 기업들의 활동에 큰 힘을 보태면서 적극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소비자가 요구하기 전에 먼저 나서서 원가를 공개하여 소비자들의 알 권리와 합리적인 소비를 할 권리를 보장해 주는 식의 '착한 기업'들도 나타날 것이라 예측된다. 즉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기업이 '착한 기업'이라는 개념에서 소비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주는 기업으로의 개념으로의 확대가 기대되어진다. 실제로 한 잔에 790원뿐인 테이크 아웃 커피가 나타났고, '가격이 착하다'고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커피전문점 마노핌(manoffin)은 중남미산 고급 원두를 쓴 아메리카노 한 잔을 지하철 역 안에 위치한 매장에 한해 790원에 판매한다. 컵 가격 100원을 포함, 스몰사이즈는 890원.
이번 치킨 업체의 원가 공개에서 임차료와 감가상각비가 크게 지적이 되었다. 원래 원가에는 포함되어서는 안 되는 비용이기도 하면서 감가상각비의 경우 일정기간 후에는 사라지기 마련인 비용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원가공개에도 불신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 입각하여 점포 없이 운영되는 사업이 활성화되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도 그런 사업형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특정 산업의 경우 점포 없는 운영자체가 상상조차 안 되는 그런 분야에서도 활성화 되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스타벅스를 생각해보자. 스타벅스에 커피를 마시러 간다면 단순히 커피 맛이 좋아서 가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스타벅스가 주는 분위기 그리고 그 브랜드 자산 또한 원가에 마땅히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원가는 낮추려는 노력과 함께 브랜드 자산을 높이려는 노력을 다한다면 소비자들도 납득할 수 있는 판매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가치의 사냥'이라는 소비 트렌드가 뜨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충성도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상품을 구입할 때는 어떤 프리미엄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고, 지불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기업들의 여러 매체, 방법을 통한 브랜드 자산 제고의 움직임이 활발해 질 것이다.
할인점들은 저마진 전략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발을 잡고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 자신들의 상품의 값을 경쟁사보다 10원이라도 더 깎으려고 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처럼 할인점의 경쟁력의 기본 요소이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관련 업체 및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살 길은 더욱 더 막막해진다. 할인점들이 대형 점포이외에도 SSM 진출까지 꾀하고 있는 상황까지 더해져서 할인점과 자영업자 간의 상생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숙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제로 이마트에서는 공존을 위한 방법으로 새로운 점포 형태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만들어냈고 자영업자들을 위해 컨설팅까지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여러 산업 분야에서 많은 변화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트렌드들을 예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것들이 '통큰 치킨' 때문에 발생된 변화가 아니라 '통큰 치킨' 자체가 티핑 포인트라는 점이다. '도대체 원가가 얼마기에 이렇게 쌀까?/비쌀까?' 식의 푸념으로 원가에 대해 의심을 가져왔던 우리에게 '통큰 치킨'은 원가를 알고 싶고 최대한 그 원가와 가까운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고픈 소비자들의 욕구가 바깥으로 표출되게끔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