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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rier Free , 일본에서 그 길을 묻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2. 18. 18:19

A씨는 오랜만에 자신의 노모를 모시고 가을 단풍여행에 나섰다. 여든이 넘은 A씨의 어머님은 기력이 쇠하셔서 휠체어를 타고 단풍을 구경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A씨의 노모는 차로 돌아가야만 했다. 겨우 7cm밖에 되지 않는 턱이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두 모녀의 가을여행은 결국 이렇게 끝이 났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계단과 많은 턱을 오르내리며 살아 간다. 오늘 아침만 해도 몇개의 계단을 올랐는지 떠올려 보면 지하철부터 건물의 계단까지 참 많이도 오르내렸다. 심지어 까페에 들어가려 해도 턱이 있거나 계단이 있다. 자연스럽고 불편하지 않은 이런 생활은 하지만 실은 누군가에게는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임산부, 그리고 장애인 등 이동이 힘든 많은 노약자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약자들의 이동권을 위한 Barrier Free 운동의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있다.

Barrier Free란?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

Barrier Free의 개념은 사실 1974년 국제연합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barrier free design)'에 관한 보고서가 나오면서 건축학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일본·스웨덴·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휠체어를 탄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일반인과 다름 없이 편하게 살 수 있게 하자는 뜻에서 주택이나 공공시설을 지을 때 문턱을 없애자는 운동을 전개하면서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었다.

한국은 2000년대 부터 이 개념이 대두되기 시작하여서 2007년 7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배리어프리-Barrier Free, BF) 인증제라는 제도를 도입하고 본격적으로 Barrier Free운동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 운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많고 인증제 또한 시행하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어 이름뿐인 운동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렇다면 Barrier Free운동을 먼저 시행한 나라는 어떻게 잘 운영하고 시행하고 있을까?

일본의 Barrier Free

일본은 Barrier Free 개념이 생기자 마자 받아들이고 시행해온 국가중 하나이다. 유럽등 서양국가와는 다르게 우리나라와 사상이나 문화가 비슷한 일본은 이 Barrier Free를 어떻게 시행해오고 있을까.


1. 진심의 '배려'

<어느쪽으로 가야하는지 잘 모르는 타국 장애인에게 직접 전철 타는 곳 까지 안내해주고 있는 역무원>

<자신이 먼저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문을 잡아주고 있는 모습- 인터넷에 자신의 얼굴이 안나오게 해달라고 하던 말에서 이런 행동은 당연한 행동이고 유명해 지는 것을 창피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위 사진에서도 보다시피 어느 곳을 가도 일반인들보다 더욱 편리하게 그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끔되어 있었으며 특히 그 곳에서 일하는 역무원이나 승무원들은 그 고객이 목적지에 닿을 때 까지 직접 에스코트해주는 것이 당연시 되어 있었다. '우리 시설을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게 똑같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끔 도와드리겠습니다' 라는 배려의 마음을 서비스에서 느낄 수 있게 하고 있었다. barrier free가 무조건 필요한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인식에서 barrier free가 어떻게 시행되어야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2. 보통사람

일본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 중 하나가 '쳐다보지 않는다' 였다. 한국에서는 휠체어를 타고다니면 '두 번' 쳐다본다고 한다. 한번 봤다가 다시 한번 뒤돌아서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장애인들은 휠체어타고 다니는 것을 꺼리게 된다. 물론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있는 곳도 한정되어 있고 일반 도로에서 휠체어를 타는 것이 위험하기까지 하지만 그 보다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으로 인식되기 싫어서 안타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에게 휠체어를 탄 사람은 전혀 특별하거나 특이한 사람이 아니었다. 길거리를 지나가도 자신 갈 길만 갈 뿐이지 그들을 쳐다본다거나 신기하단듯이 쳐다보는 일이 없었다. 그들은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와 다르지 않은 '보통사람'으로 여기고 있었다.




3. 나도 갈 수 있으면 너도 갈 수 있는 곳

처음 예를 들었다시피 한국에서는 단풍구경 하나도 휠체어를 타고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Barrier free운동이 잘 정착된 일본은 내가 갈 수 있다면 그들도 갈 수 있다. 멋진 풍경을 본다거나 관광을 할 때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모두다 볼 수 있도록 차별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모든 관광지나 시설에는 장애인도 오를 수 있는 슬로프가 반드시 있다.

<어딜 가든 이런 슬로프는 당연히 있다. 공공시설관련 법에서 제정하여 억지로 그 규정에 맞추느라 배려가 전혀없는 슬로프를 가진 한국시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어떻게 절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한국이라면 장애인들은 여기가 볼 수 있는 곳의 끝이다.>

<장애인들을 위해 배려된 슬로프를 타고 정상까지 도착해서 다른이들과 똑같은 풍경을 즐기는 모습>



한국 장애인 시설에는 '철학'이 없다

이와 달리 한국 장애인 시설들은 법 규정에 맞추기 위해 건축을 할 때 마지막에 철판으로 된 좁은 슬로프를 다는 등 배려가 없고 철학이 없는 즉흥형 시설이 대부분이다. 나와 다른 길을 다니고 일반적인 계단을 오를 수 없는 사람이 당연히 이상하고 이질적일 수 밖에 없다.

함께 잘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포용할 줄 아는 마음의 철학이 반드시 필요한 때 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방문하는데 그 사람이 만약 걸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한다면? 아마 그 때부터 '왜 진작 이런걸 설치하지 않았냐'는 둥 '여기에 이것을 최대한 빨리 만들라'는 둥 그렇게 될 것이 왠지 뻔히 그려지는 상황이다. 그제서야 그 사람이 이용할 길에 대해 생각하고 배려한다.


다름이 없는 시설, 그리고 마음

최근 barrier free와 함께 대두되고 있는 개념이 '유니버셜 디자인'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다름이 없는, 보편적인 사회 공공 디자인' 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예를 들자면 왼쪽엔 계단이 있고 오른쪽에 슬로프가 있는 것이 아닌 모두다 똑같은 길을 오를 수 있도록 계단이 없이 슬로프로만 이루어진 입구 등이 바로 유니버셜 디자인이다.

은행에서 VIP는 일반인들 처럼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지 않는다. 바로 창구 안쪽으로 들어간다. 일반인들과 '다른 길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들은 훨씬 더 빨리 용건을 보고 훨씬 더 편리하게 그 시설을 이용하고 돌아간다. 그런 VIP를 보며 이질감과 동시에 우리와 다른사람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그들 또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와는 다른사람이라고 생각한다.

accessible way가 사람들의 인식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줄 수 있는 간단한 예이다. 같은 곳을 통해 들어가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고 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내가 이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우리가 되고 함께 인 것이다. 그래서 '인식의 제고' 또한 중요하지만 같은 길을 이용할 수 있는 물리적 시설이 정착해야 인식도, 삶도 같아지는 것이다.

장애인 시설에 '철학'이 없는 우리나라, '같은 길을 이용하자' 라는 개념 하나면 barrier free도 사람들의 인식도 깨끗히 해결되지 않을까?


영리를 위한 곳도 '똑같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음'을 갖자

우리가 평소에 가는 곳을 생각해보자. 회사, 학교, 까페, 식당, 마트, 영화관 등 생각해보면 대부분이 영리를 위한 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먼저 barrier free의 책임을 갖고 정신을 가져야 할 곳도 영리 기업이다. 기업들이 거대해져 갈 수록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두 되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업이 이런 barrier free운동에 참여하고 배려해야 하는 이유는 비단 '책임감'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은 '유니버셜'시대이다.
수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고 사회자체도 다원화되어가고 있다. 인종에 상관없이 국적에 상관없이 생김새에 상관없이 장애가 있든 없든 모두에게 포용적인 마인드를 지니고 그러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앞으로 어떤 류의 사람이든지 이해하고 배려하는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다.

<리포터가 직접 휠체어를 타고 마트에서 쇼핑을 하는 모습>

위 캡쳐영상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시피 한국의 기업들은 모든이들에게 열려있는 곳이 아닌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한 쇼핑의 과정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겐 불편함과 소외감 그 자체이다.(물론 이 마트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모든 마트가 그렇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의 모습. 혼자서 쇼핑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위와 동일한 마트, 서울시가 인정한 barrier free건물은 이곳 한 곳 뿐이다. >

사실, 나보다 약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그 약자가 아닌데도 '이 사람은 참 배려가 깊은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객들도 같다. 내가 그 서비스를 직접 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그 마트, 그 기업에 대해 좀더 배려깊은 기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또한 실제로 그런 서비스를 한다는 것 또한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배려가 있는 기업이라고 볼 수 있기도 하다. 배려깊은 기업으로 생각되고 싶다면 그런 마음을 갖고 배려를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이용할 수 있으면 너도 이용할 수 있는 곳. 내가 편리하면 너도 편리한 곳. 그래서 나도 너도 함께 갈 수 있는 배려 깊은 곳. 이런 곳이라면 조금의 돈이 들더라도 충분히 가치있는 투자이지 않을까?

물리적인 제약이 있다면 좀 더 견고한 서비스로, 서비스가 없다면 물리적 개선으로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곳이 되고 모든 사람들이 함께 같은 편리함과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곳이 된다.

'똑같은 길을 이용하는 것'
이 개념 하나라면 모든 사람의 삶이 질이 평등해 질 것이고 모든 고객들의 서비스 질이 같아질 것이고 결국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